고희승 개인전 Heeseung Koh Solo-Exhibition
자리하다 Nesting
KCDF 공예 •디자인 공모 전시
개인 작가 부문 선정
2022. 10. 19(수) - 10. 24(월)
KCDF 갤러리 1전시장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1길8
고희승 작가는 가장 단단한 재료를 가장 말랑말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대표작이 된 반지 시리즈는 금속 특유의 반짝임과 단단함보다는 지문의 흔적과 함께 마치 가소성 있는 점토 띠를 둘러 감은 듯한, 무른 성질의 무엇일 것만 같은 재질감이 돋보인다. 반지는 재단하고 다듬어야 하는 통제된 대상이 아닌, 신체와 물질이라는 두 주체가 관계의 중간 어딘가에서 조우하고 멈춰진 것 같은 형상으로 보인다.
반지에는 착용하는 몸과 보관하는 자리 두 개의 제자리가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반지와 반지 함은 빈틈없는 작은 덩어리로 존재한다. 뚜껑을 열었을 때 ‘보이는’ 덩어리는 작가가 ‘보는’ 특정한 각도로 발췌한 반지 일부를 드러내어 또 다른 세계를 펼친다. 보관하는 덩어리에서 착용하는 몸으로 옮겨진 사물은 여전히 옮겨진 주체에 끼워져 빈틈없이 자리하며 지각의 일부가 된다. 한편, 위아래를 막아 반지를 담은 동공보다 묵직한 덩어리에 집중한 파이프처럼, 원재료(raw material)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 덩어리는 우리가 대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확장된 반지로서의 파이프는 새로운 재료의 사물로 동공을 채워 물성의 대비와 함께 사물을 낯설게 인식하도록 한다.
이번 전시에서 반지는 주체이자 매개가 되어 몸, 사물, 공간, 장소와 그 관계를 확장하며, ‘머물고’, ‘눌리고’, ‘기대고’, ‘내밀고’, ‘남겨지고’, ‘마주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유희적 실험과 다양한 금속의 물성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여러 관계항 사이의 위계와 장신구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일련의 시리즈들은 다음 작업의 영감이 되면서 유기적인 인과관계 속에 새로운 면면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고희승 작가의 ‘사물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김예성
KCDF갤러리 큐레이터
머무르다 nestingᅠ 정은, 벚나무, 락카 oxidized silver, cherry wood, lacquerᅠ 90×85×75mmᅠ 2021
머무르다 nestingᅠ 정은, 목련나무, 락카 sterling silver, magnolia wood, lacquerᅠ 94×85×40mmᅠ 2021
기대다 leaning onᅠ 정은 sterling silver, oxidized silverᅠ 20×15×25mm eaᅠ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