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개인작가부문 선정

이영주 개인전 Youngjoo Lee Solo-Exhibition

카논_호흡의 음률 Kanon_Rhythm of breathing


2021.06.09(수)_06.14(월)
KCDF gallery 3F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1길 8


카논은 규칙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업에 있어 반복적이고 엄격한 테크닉을 토대로 경쾌하지만 묵직한 음율을 담고자 한다. 나는 2019년의 카논 시리즈를 시작으로 유닛의 결합에 있어 매개를 이용한 방식보다 그 자체로 형태를 만들고 엮이는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은 그 재료의 특징과 여러 환경적 요소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요소의 선택에 있어 유연한 작업태도를 전제한다. 주로 내 작업은 정은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라이노 캐드로 도안하고 재료와 디자인에 따라 작업의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물성과 제작 방법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전개되는 형태 구현의 차이는 내 자신이 흥미롭게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작업에 있어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의 깨달음, 혹은 그 과정 속에서 변화되는 어떤 지점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계획한 만큼의 결과까지의 명료함보다 손을 통한 미세한 차이와 더불어 물성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선호하며, 외부성을 끌어들인 결과물에 매력을 느낀다. 단순 작업의 순간에도 작가는 모든 가능성에 감각을 기울이며 물성과 끊임없는 조율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호흡의 음률”이다. 카논에서 시작한 또 하나의 주제로 호흡은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의 근간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에 우리의 호흡은 대부분 걸음의 목적이나, 혹은 함께하는 상대의 걸음에 맞춰진다. 이번 전시에서 나는 호흡에 맞춘 느린 걸음을 작업의 시간에 은유하며, 표현과 이미지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희석되지 않을 공예 작가로서의 본질과 진정한 가치,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2021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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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의 음률 Rhythm of Breathing

금속공예가 이영주 작가는 재료와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표현이 넘쳐나는 이 시대 공예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기본과 절제’의 태도로 작업한다. 작가는 주로 은이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매개 없이 엮인 구조의 장신구를 만든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금속공예가로 활동한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 변곡점을 그리며 새로운 유형의 작업을 선보인다. 2019년 전시 는 지난 10여년 간의 작업과정이 축적된 결과, 변화된 모습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전 작업은 동시대 장신구 재료로서 주목받는 소재인 종이를 이용한 가볍고 볼륨감 있는 장신구였다. 이 종이 작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외형적 묘사에서 물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전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접착제나 실이 아닌 구조적 연결방식을 연구하였고 매개재료의 사용 없이 형태를 만들고 엮기에 적합한 금속재료로 회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카논’시리즈는 ‘규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방을 기본으로 같은 음률을 반복, 변주하여 묵직하게 다가오는 ‘카논Kanon’의 선율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자유로운 표현 가운데 기본이 되는 규칙을 놓친 것이 있는지 자문한다. 그리고 전통적 금속공예 재료를 다루면서, 시간과 기술의 숙련이 필요한 아날로그적 수공기법의 규칙과 디지털 기술의 변주를 허용하는 유연한 태도로 작업에 임한다.

주재료는 맞물림 구조에 적합한 탄성과 강도를 지닌 정은과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정은(正銀)은 귀금속으로서 귀중함의 상징성과 함께 형태적 근엄함과 절제를 보여준다. 은의 무르고 섬세한 가변적 성격 때문에 수공예적 과정을 통해서만 작업이 가능한 이 변수를 작가는 유연하게 활용한다. 같은 호흡의 규칙적 반복으로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직관적 변주를 통해 작품을 완성해간다. 반면, 스테인리스 스틸은 경쾌한 형태에 주로 적용된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레이저 컷팅으로 형태를 얻으며 패턴의 규칙성이 강조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계적 설계의 결과는 손의 설계의 정확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작품은 그 종류에 따라 맞물림 구조의 적용이 다르다. 깍지 낀 손이 방향에 따라 안과 밖이 받는 힘의 정도가 다르듯, 컷팅 된 재료의 끼우는 방향과 힘을 받는 방식을 달리하여 장신구의 용도에 맞는 구조를 결합한다. 목걸이의 경우 몸에 감기는 구조로, 뱅글의 경우엔 구조를 단단히 받치는 방식으로 조합된다.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공예의 표현이 가져오는 풍요로움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희석되지 않는 공예가로서의 엄격한 기준이 필요함을 이영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역설한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도 하나의 ‘도구’로 받아들여 컴퓨터 도안 등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지만, 전통공예의 기본 기법을 자신의 작업부터 함축적으로 담아야겠다는 금속공예분야의 교육자이자 동시대 작가로서의 세대적 사명감이 투영되고 있다. 순수한 단일재료의 사용과 접합을 위한 매개물의 배제에 대한 고민은 환경과 다소간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접착제 등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지속가능한 재료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새로운 접합방식과 구조를 만드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다. 이렇게 근작에서 보여주는 맞물림 구조의 장신구는 작가와 시대적 환경의 ‘관계’에 대한 정신적 탐구의 구현이기도 하다.

이번번시 <호흡의 음률 Rhythm of Breathing>의 또 다른 음악적 언어는 안단테Andante이다. 늦은 봄 산책길의 느림걸음을 연상케 하는 이 용어는 빠르지 않지만 규칙적인 작가만의 작업적 호흡을 은유한다. 긴 시간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 전작으로부터 변화의 도전과 모험을 가능하게 한 것은 서두르지 않는 작가만의 호흡이 있기에 가능했다. 시대를 바라보는 눈으로 속도보다 방향을 고민하며 나아가는 작가의 다음 걸음을 주목하게 된다.

KCDF갤러리 큐레이터 김예성


봄의 선율_B001 Meloddy od Spring_B001ᅠ 스테인리스 스틸, 925 은, 아크릴페인트 stainless steel, 925silver, acrylic paintᅠ 100×100×45mmᅠ 2021
카논 2021_B002 Kanon 2021_B002ᅠ 정은, 스테인리스 스틸(핀) 925 silver, stainless steel(pin)ᅠ 90x70x55mmᅠ 2021
호흡의 음률 N001 Rhythm of breathing N001ᅠ 스테인리스 스틸, 정은, 아크릴페인트 stainless steel, 925silver, acrylic paintᅠ 480x180x110mmᅠ 2021

전시풍경사진: 2021 KCDF공예디자인공모전시 개인작가부문 선정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촬영: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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