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개인전 Sooyeon Kim Solo-Exhibition
아름다웠던, 아름다울 The Moment
2021. 12. 15 (수 wed.) - 12. 19 (일 sun.)
학고재 아트센터 1F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48-4 우)03053
Hakgojae Art Center 1F
48-4 Samcheong-ro, Jongno-gu, Seoul 03053 Korea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18년 가을 오스트리아 여행 중 할슈타트를 가기 위해 잠깐 들린 볼프강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이 있었다. 산책 중 내 눈에 사로잡힌 아주 작은 정원이 보였다. 정원 한가운데에 조그만 소녀상이 서 있는 분수가 있었고, 포물선을 그리며 소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사진은 내 사진첩의 어딘가에 저장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면 이미지 속의 피사체뿐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이 아직도 생생히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기억을 되짚어 본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사진이 지금의 내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 2009, 2010..연도의 이름을 가진 각 사진첩 속에는 나의 일상, 어린시절, 가족, 친구들, 아이, 학교, 작업실, 집, 여행지 등의 사진이 어지럽게 채워져 있다. 사진 속 이미지는 이토록 선명한데 나의 기억은 파편처럼 일부만 남아있고 그것조차도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아 슬픈 감정이 밀려온다.
나는 직접 촬영하고 인쇄한 사진을 소재로 사용하여, 지극히 사적인 기억의 조각을 장신구, 오브제, 평면 작업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작업을 위해 선택된 이미지는 컴퓨터 스크린 위에서 나와 계속 이야기하며 어떠한 ‘것’으로 변화되고 탄생되도록 끊임없는 요구를 한다. 본래 이미지의 형태, 크기, 색감 등에 변화를 주고, 같은 이미지를 수십에서 수백 장 인쇄하여 직접 손으로 자르고 겹겹이 쌓아간다. 이러한 노동 집약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은 나로 하여금 그 순간의 기억을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더 깊게 새기도록 한다. 정확하다고 믿었던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변하는 것처럼, 수많은 레이어는 가장 뒤쪽에 있는 원래의 이미지를 완전히 가려버리고 새로운 시각적, 감정적 언어를 만든다.
나에게 아름다웠던 그 순간이 당신에게도 아름다울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The Moment
During a trip to Austria in 2018, I stumbled upon a small village near Lake Wolfgang before arriving at Hallstatt. As I walked around, a tiny garden caught my eye. There stood a fountain with a small statue of a girl, and the water flowing down the girl's head in a parabola was beautiful. I captured the moment with a camera, saved it somewhere in my photo album. Several years later, I can still depict the subject, recall the moment, and feel the emotions vividly.
I feel that my current life is exactly like the countless unorganized photos. Nevertheless, each photo album named 2008, 2009, and 2010 has pictures of my childhood, family, friends, child, school, studio, home, travel destination, and city. The photos are clear, but my memories are partly left like fragments. Sadly, even that seems to be fading.
On my travels through day-to-day life, the intriguing images and engaging people I encounter sit behind me as tattoos etched in my mind. Through my work, I investigate the transformation of such memories into spatial forms. I take photographs of places that I visit. The printed images on paper are duplicated and handcut multiple times in a sequence. This process repeatedly traces my memory's outlines until the white space on form acquires its own identity without the actual images. The rooms where images are absent yield to the imagination's discovery of the hidden and unknown.
붉은 벽, 서울 Red Walls, Seoulᅠ 인화지, 에폭시 레진, 바니쉬, 정은 Photo paper, epoxy resin, varnish, sterling silverᅠ 75(length)×15mm(H)ᅠ 2021
미라벨 분수, 찰즈부르크 Fountain Mirabell, Austriaᅠ 인화지, 에폭시 레진, 바니쉬, 정은 Photo paper, epoxy resin, varnish, sterling silverᅠ 80×115×13mmᅠ 2021
베네핏 스트리트의 어떤 집, 프로비던스 House on Benefit Streetᅠ 인화지, 에폭시 레진, 바니쉬, 정은 Photo paper, epoxy resin, varnish, sterling silverᅠ 70×110×13mmᅠ 2021